패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이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메릴 스트립한테서 완벽주의와 패션에 대한 감각, 성공에 대한 욕구 등을 통해 성공한 커리어 우먼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현실성은 좀 떨어진다고 느끼면서.
하지만 여기, 그 역할의 실존 인물이 있다. 안나 윈투어.
안나 윈투어 Dame Anna Wintour
안나 윈투어는 미국 VOGUE의 제7대 편집장이다. 1949년생으로 올해 72세이다. 그녀는 일명 "패션계의 교황"이라고 불린다. 고졸인 그녀, 어떻게 '무기한'으로 보그 편집장에 있을 수 있었을까.
안나는 추진력 있는 사람이었다. 15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영국의 백화점에서 인턴으로 경력을 쌓았다. 당시 기자로 활동하던 남자 친구의 도움을 받아 Oz라는 잡지사에 취직하여 출판사의 대소사를 배운다.
그녀는 영국판 Harper's, Viva, Savvy 등에 취직해 커리어를 쌓았고 1981년에는 뉴욕지의 패션부 편집장으로 취직했다. 그리고 2년간 수준 높은 지면을 완성한 그녀는 1983년 미국 VOGU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된다. 하지만 당시 보그 편집장이던 그레이스 미라벨라와 사이가 안 좋아, 보그 UK의 편집장이 된다. 안나는 그레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녀에게 편집장이 되겠다는 야망을 내비췄다고 한다. 대단한 배짱!
1988년 그레이스가 미국 보그에서 해고당하자 안나 윈투어는 다시 미국 VOGUE의 새로운 편집장으로 임명됐다. 안나는 부임한 첫날, 기존에 일하던 스태프들을 정리하고 본인과 뜻이 맞는 스태프를 새로 고용했다. 경쟁사였던 엘르의 에디터까지 스카우트했다. 모든 것을 다 새로 시작하겠다는 그녀의 의지가 보인다.
그녀는 전임자였던 그레이스와는 다르게 이름이 덜 알려진 아마추어들을 데려다가 명품과 빈티지를 자연스럽게 믹스매치해서 촬영했다. 이게 그 당시 획기적인 시도였고, 그녀는 VOGUE에서 자리잡게 된다. 그리고 당시 전임자에 의해 명성이 추락하던 미국 VOGUE를 살리게 된다. 그 당시 그녀의 과감한 혁신 때문에 붙여진 별명은 '핵 윈투어'
안나가 패션 거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는 보그 제작뿐 아니라 문화계 전반으로 손을 뻗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마크 제이콥스, 존 갈리아노 등 아마추어 디자이너를 발굴해 스타 디자이너로 키운 장본인이었다. 이전까지는 디자이너가 주목받는 일이 드물었지만, 안나는 디자이너를 앞세워 그들이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패션 디자이너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는데, 그 바탕에는 그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한 그녀는 미국 최대 패션 행사인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멧갈라'행사를 총괄하며 세계 패션 트렌드를 쥐락펴락한다. 행사에 초대할 유명 인사들의 명단부터 이들이 입을 패션과 메이크업, 헤어 스타일까지 그녀의 손을 거친다니, 정말 패션계의 교황이다. 멧갈라로 메크로폴리탄 박물관은 매년 수억 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인다.
그녀는 새로운 여성상의 독자들을 타깃으로 삼고 싶어 했다. 안나는 훗날 한 인터뷰에서 "사업과 부에 관심이 많으면서도, 쇼핑할 시간은 없는, 그러나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지를 갈망하는 여성 독자를 대상으로 잡지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타깃 설정은 성공적이었다.
안나의 패션업계에서의 다양한 활동을 공로로 인정받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2017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5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이 명단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세계적인 팝스타 비욘세와 테일러 스위프트, 작가 JK 롤링 등이 있었다.
윈투어는 그의 개인 조수였던 로렌 바이스버거가 퇴사 후 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 책은 냉담하고 까다로운 성격의 윈투어를 그려내 베스트셀러로 선정됐다. 하지만 후에 디자이너들에게 듣기로는 이보다는 다정하다고.
2018년 부터 무기한으로 미국판 VOGUE 편집장을 맡고 있는 그녀, 나이가 무색한 패션계의 교황의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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